Friday, April 2, 2010
수학이란
KBS에 금요일 밤 늦게 방송하는 "일류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은 단국대 석좌교수가 나와서 수학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참 흥미 있었다. 누구나 나의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지나간 프로라도 KBS 홈 페이지에 가서 명사들의 강의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다소 한국 사람에 대한 근거 약한 과도한 동기부여성 발언들이 식상하기도 하지만 좋은 발상의 전환을 자극하는 내용도 있다.
각설하고, 어느 학원 강사가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의 현실과 관련하여 질문을 했다. 수학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제한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된다는, 과연 어떻게 가르쳐야 옳은가 하는 그런 질문이었다. 교수는 전구의 부피를 구하는 것에 대한 에디슨과 어느 수학자의 에피소드에 관해 이야기했다. 원래 그 이야기는 에디슨의 합리적(?) 사고를 찬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일화이다. 그러나 수학자적 입장에서 볼 때 그 일화에서 에디슨이 아니라 수학자의 자세가 옳다. 에디슨의 방식은 당장 주어진 문제의 답만을 얻기 위한 빠른 해결책일 순 있지만 그걸로 끝이다. 예컨대 용적을 구해야 할 대상이 전구가 아니라 거대한 댐이라면 더 이상 그런 식으론 답을 얻을 순 없다. 수학적 접근으로 일반적 해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진정한 일반적인 해답을 얻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유용하다. 사물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것 말이다. 수학책에 나오는 공식들과 문제 유형별 풀잇법들을 외워서 주어진 시간 안에 보기에서 답을 골라내는 연습을 하는 것. 교수는 그걸 "조건 반사"라고 묘사하기도 했는데, 참으로 공감한다. 물론, 수학책에 나오는 여러 수학 문제들과 공식들과 유형들과 거기에 따른 풀잇법들은 그 자체로서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예로 작용하여 문제해결에 관한 어떤 툴을 제공하는 측면도 없지 않고, 또한 기본적 지식 위에 더 새롭고 나은 해법을 생각해내도록 도움을 주는 면도 있겠지만, 그러나 한편으로 마치 수학적 문제는 그런 것들만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그런 주어진 것밖에는 없는 것으로 여기도록 사고를 제한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말일 것이다. 즉 스스로 수학적으로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려는 창의적 사고 노력을 말살시킨다는 말이다.
수학은 곧 논리이다. 수학은 말로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 복잡한 관계나 과정을 기호와 식으로 표현하여 논리상으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즉 수학은 말의 논리적 표현 기술에 관한 학문이다. 또 말이란 사고의 결과물임과 동시에 사고를 돕는 역할을 한다. 정해진 사고 루틴, 방법만 따르는 것은 정해진 공식과 풀이 방법만 적용하려는 습성과 같고 창의적 사고, 즉 새로운 생각을 해 보려는 노력을 가로막는다. 시간이 아무리 들더라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보려는 노력은 수학 문제의 창의적 해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에 있어서 자기만의 논리적 일반해를 도출하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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